여행 내내 비를 몰고 다녔던 '가려진 이름'은 결국 마지막 날을 호우경보로 장식했는데요. 때문에 마지막 여행지였던 오월여성길 코스 중 실내를 중점적으로 다니기로 계획을 변경하였습니다.



오월어머니집을 가는 길에 있던 평화의 소녀상입니다.




'가려진 이름'은 처음으로 오월어머니집을 찾았습니다. 오월어머니집은 2006년에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어머니들이 만든 오월여성회가 중심이 되어 개관한 곳인데요. 저희가 방문하자 대표님이 매우 따뜻하게 맞아주셨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오월어머니집이 현재 100명이 넘는 회원들로 구성되어있으며 오월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유프로그램부터 오월 정신 계승 사업까지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또한 1980년 5월 당시 광주여성들의 주먹밥 나눔, 헌혈, 시체 수습 등의 민주화 운동과 가족회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운동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특히 1981년 2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에 방문했을 당시 5.18 희생자 가족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 앞에 드러눕고 사형수와 구속자 석방을 외쳤던 상황을 생생히 들려주셨습니다. 직접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셨던 대표님의 경험담을 통해 민주주의와 민주화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방문했던 시간에 마침 오월어머니들을 대상으로 미술치유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덕분에 오월어머니들께 직접 인사드리고 같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바쁘신 시간을 내어주신 어머니들께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자 어머니들은 오히려 저희들에게 멀리서 당신들을 보기위해 찾아온 것이 고맙다고 하시며 저희를 한 명 한 명 안아주셨습니다. 저희 팀 모두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어머니들이 저희를 안아주시던 그 때를 뽑을 정도로 뭉클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표님은 광주 여성들이 그 누구보다 주체적으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지만 역사는 남성중심적으로 서술되어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 <가려진 이름>의 활동으로 많은 청년들이 광주 여성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희생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광주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광주의 어머니'라 불리는 소심당 조아라 선생의 기념관입니다.



소심당이란 허백연 화백이 지어준 선생의 호로 '티없이 결백하다'는 뜻입니다. 그녀는 암울한 시대 사회복지사업의 선구자, 인권운동가, 여성운동가로서 여성들의 지위 향상과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으며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들의 곁에서 평생을 함께 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가난과 부조리를 위해 싸웠으며 여성들이 계몽과 권익에 힘썼고 민주화와 인권 신장을 위해 평생을 바쳤습니다.


저희는 조아라 기념관의 방문을 통해 그녀의 생애와 업적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전 생애 추구하였던 민주화의 정립 및 발전의 정신을 되새기며 미래 세대 주역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조아라 기념관을 끝으로 저희는 탐방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여성운동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의지와 희생, 주체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성중심적 역사서술로 인해 가려질 수밖에 없었던 여성운동가들을 지속적으로 기억하기 위해 우리 청년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탐방은 끝났지만 저희 <가려진 이름>은 민주화를 위해 힘썼던 많은 여성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또한 그분들이 끝까지 지키고자 하신 소중한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고민하고 실천하겠습니다.